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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좋아하는 얼굴, 그 계절이 있던 자리.

내가 몇몇의 소셜미디어를 화제를 확인하는 것 외 그다지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낮은 사회성과 더불어 유행하는 것들을 굳이 소비하고 - 생카, 각종 축하카페, 인증샷, 광고, 인형, 공식이 아닌 굿즈 - 싶지 않음이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알던 세계의 숲과 계절에서 님프들은 출몰하지 않는다. 신들도 없고, 조상신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들 자신의 문화와, 법률과, 감정을 제외하면, 그 무엇도 우리를 벌하거나 위로할 수 없고, 그 어떤 증오나 사랑의 행위를 긍정해 주지는 않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이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지만, 부모님의 세대는 미신의 족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던 최초의 세대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짧은 이해의 시간이 흘러간 후 나 자신의 세대는 점점 게을러졌다. 그 결과 우리는 우주의 작동 원리는 어떤 어린애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자명한 이치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원리는 인류라는 종의 선천적인 성향인, 숨겨진 패턴에 대한 격렬하고 무절제한 집착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의미와 위안을 추출해내려는 비이성적인 갈망에 전적으로 반하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