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언제까지나 현재형의.
시간이 깃들기 시작한 집의 고장난 중문, 디폴트 옵션을 설정하지 않은 IRP, 몇 달째 책상 위에 놓여있는 번역공부용 원서. 뭔갈 하지만 영원히 하고 있지 않은 듯한 기분.
집은 온통 낡은 것들 뿐이다. 책장을 넘어 침대 밑까지 흘러넘치는 중고책, 원목 없는 플라스틱 의자들, 어디선가 받은 갤럭시 탭 초기 모델, 오래된 TV, 십 년 된 아이맥, 메탈 냉장고, 당근에서 산 DVD 플레이어, 스마트라는 접두어가 붙은 것은 삼 년이 넘은 유선 선풍기 하나인.
이 낡은, 이 허름함이 내겐 숨가쁘게 사랑스러워서.
시향의 콘서트 하나를 예매했고.
주말의 약속을 오늘부터 설레어한다.
영혼은 닳는다.
게이코가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언제쯤이었던갘
영혼은 지치고, 영혼은 닳는다.
영혼은 영원히 충만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다. 불합리한 일을 겪거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영혼은 닳는다. 영혼은 살아있으면 닳는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을 오래 지속시키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취미와 최애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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