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꾸며진듯 꾸며지지 않은 것에 우리는 열광하고.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추레함과 나른함 중 언제나 후자를 열망하게 된다는 것이.
메타버스 운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던. 소셜 미디어가 유행할수록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의 욕망은 상승하고, 그에 비례해 확실한 타인의 시선과 내 발 닿은 아래의 공간감을 원하기에 도피가 아닌 형태의 - 게임이나 커뮤니티가 아닌 - 가상현실은 쉽사리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무언가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
영혼은 단지 전기 신호에 의한 착각일 뿐이라 거론했을 때 종교가 있는 남자는 드물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이 마음의 무게감은 어디에 저장되는 것일까.
좋은 것을 먹었을 때의 기쁨, 좋아하는 분을 만났을 때의 즐거움, 흥미로운 화제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난 뒤의 환희 같은 것들이 저장되는 경로와 내가 다시 기억을 뒤져 그 순간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저마다의 머릿 속 증강현실에 살고 있고.
그럼에도 꾸준히 이어지는 인연과 여전히 목이 마를 만큼 아름다운 물건, 그 물건들을 고르시는 취향, 제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이야기와 산책 경로를 알려주는 명료한 목소리, 좋은 밤이라고, 만나서 너무나 기쁘다고 몇번이나 거론해주시는 약간은 느긋한 그 톤이 좋아서.
아, 이 목소리들은 오선지 위 샵 어딘가에서 어딘가까지겠구나 하고 눈을 뜨자마자 생각해버리고.
정확하게 발등에서 떨어지던 바지선과 아름다웠던 블라우스의 절개 라인, 핀 조명 아래 영롱했던 반지와 잘 묶여있던 뒷머리. 어깨부터 종아리까지 코르셋의 힘 없이도 명확하게 두드러지던 부드러운 선과 마티네 펄 목걸이의 오버톤, 오리엔트, 미키모토 진주의 겹과 깃이 좁던 코트와 가는 어깨를 감싸고 있던 감촉 좋은 숄, 잔무늬가 촘촘했던 치파오의 청남색과 대비되던 루비의 반사광을 떠올립니다.
어떤 기억은 이후의 자극에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길 바라고.
훌륭한 접객과 하나하나 빠지지 않았던 코스, 잘 정돈된 가게의 인테리어와 옛 공장의 흔적이 마구 엉켜있던 한적한 골목길,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내내 맛있을까 생각했던 포장 피자의 맛이 엄청나다는 사실도 기뻤습니다.
오늘의 기일도, 번아웃도, 너무나 많은 글을 봐 더이상 다른 욕망이 일지 않는다는 마음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 분 모두 푹 쉬시길 바랍니다. 좋은 주말!
-그리고, 사랑.
도망가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조차 내 인생이 되어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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