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

너무나 힘이 들어 무엇이든 화사한 것에 무릎 꿇고 싶었던 날.

진짜 필요한 무언가는 배송조차 되지 않고 적당히 생각해 구매한 것들이 모조리 쓰레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본과 소유, 무의식적으로 강요당하는 구매에 문득 돌아본 집안 곳곳도 물건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숨이 막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주는 손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십 여층을 매일 오르며 쉬거나 숨을 몰아쉰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겠지.

다시 책으로, 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