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을 잔뜩 사랑하는 계절.
벚꽃보다는 목련파로. 고등학생 시절 아주 좋아하던 친구를 데려다주며 오래된 구옥 앞 목련 나무 아래에서 몇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뺨에 돋아있던 솜털이라던가 아련하게 묻어있던 목련 그늘, 자주 코 끝을 스치던 라일락 향기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서늘해지곤 한다.
첫사랑도 끝사랑도 아니었지만.
단 한 순간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때가 없었어.
달리 좋아했던 지인과 과거 한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던 어느 인물이 새삼 회자되는 걸 보며 떠올리는 생각도 있다. 그때 네가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너와 나는 엇비슷한 화제로 지금 같이 웃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내가 재빠르게 정산을 하고, 누군가에게 돈을 준다고 결심하면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연락을 중단해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좋아하는 상대와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잃는 것이 무서워서.
돈은 모든 것이지만 또한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카페를 옮겨다니는 일은 여행을 다니는 일과 같다, 라는 누군가의 문구에 호기심이 일었다. 내게 카페는 만남 전을 준비하거나 빨리 충전하고 일어서는 언제나 그 전의 장소였기에. 그래서 나는 카페에서 공부나 일을 집중하지 못하고 - 차라리 집에서 - 좋아하는 분들과의 수다가 아니라면 십오 분 이상 머물지 않으며 특별히 찾는 메뉴도 드물다.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에 대한 흥미.

언제나 실제는 기억보다 강렬하고.
여전히 여행은 별 감흥이 없기에 긴 휴가를 받으면 올해는 지게차 면허를 꼭 따야지,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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