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 대에 도미하여 고국에 대한 향수와 일정 이미지만이 남아있는. 마냥 좋다고 이야기하기엔 도식화된 면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자수전에서 볼 수 있어 또 반가웠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도덕적으로 우월한 체하는 서방의 도식, 즉 선과 악,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국제적 ‘규칙 기반의 질서‘를 구한다는 도식은 남한과 일본 같은 서방의 충실한 동맹국에는 잘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잔혹한 서방의 식민지 역사를 기억하고 아직까지 그 유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반구의 여러 곳에서 이러한 주장은 맥 빠진 소리로 들릴 뿐이다. 게다가 이들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여전히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살인마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아왔다. “너희들이 뭔데 국제 규칙을 존중하라고 말하는가?”라는 것이 이들의 관점이다.
모든 전쟁은 다르지만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상황도 떠오르고. 여러가지로 다른 관점을 지녀야 한다 생각했던.




-얼굴, 얼굴.
달리기를 잠깐 하고 다시 미뤄둔 일로 돌아가야 하여 모님과 얼굴만 마주친 자리. 빠른 운동을 위해 세탁 직전의 얼룩진 운동복의 나를 보던 모님의 태극기 같네, 라는 낮은 음성에 내가 아래 위가 맞지 않는 계절의 기이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애국심 고취를 위해서요, 5월은 가정의 달! 겸연쩍은 말을 던지는 내 손에 쥐어진 두릅이며 봄나물 봉투를 챙기다 문득 말했다. 며칠 전 아주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 어느 취향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그 분들께 폐가 될까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모님과는 정말 둘 모두 기억하는 그 만남이 아니었더라도 어떻게든 찾아내 끝까지 따라가 뭔가 사이를 만들었을 거라고. 왜? 라는 물음에 그냥, 제가 많이 좋아하니까요. 답변을 덧붙이며 부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활짝 웃었다. -그러게, 나도. 라는 대답에 그 말이 듣고 싶어서요, 라는 수줍은 마음을 또 한껏 숨긴 채로.
나 또한 벗어날 수 없다 생각하지만. 조금 덜 거울을 보고, 약간이나마 외모에 갈 관심을 덜어내길 바라는 꼰대니스를.

내 눈의 꽃은 누구의 눈에도 보석이라.
주문이라는 언어를 현현시키는 것처럼, 문장과 단어가 육화되기를 얼마나 기다려왔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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