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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들이 있었고 못 간다 못 보낸다 일단 가라 나중에 데려올 것이다 오면 그만이다 제 의사는 없나요 없어요 그러게 없네요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그래서는 너는 어쩌고 싶니 네? 하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삼일 만에 새로운 부서 발령을 받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는 사정들에 시달리다 결국 꺼내지 못한 퇴사의 말과 함께 지친 몸으로 영화관에 앉았을 때.

그저 눈 앞의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감정을 쏟아붓고 누구도 누구를 미워하지 않는 청춘들이 얼마나 아름다워보였는지. 정말 어마어마하게 웃고 울었다.

제 올해의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를 이 영화로 처음 알았는데, 아이돌이 왜 아이돌인지 뼈저리게 알겠더군요. 아주 가벼운 동작 하나, 움직임 하나, 리듬을 타며 내보이는 표정 하나에도 끼과 자신이 엿보여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림자조차 빛나보이는 해사한 얼굴, 집중한 표정, 그리고 스스로에게 몰입한 이들 특유의 약간은 멋쩍은 듯한 미소.

딛고 발돋움하고 그저 넘어서는 성장이 아닌 중단으로 얻어지는 고요한 화해와 그럼에도 계속되는 그 일상에 박수를 보내며. 제가 관을 나오자마자 다른 시간을 예약한 것처럼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