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이런 웃음이, 이런 눈물이 고이는 얼굴이 있었구나.
약간은 덜 화를 내고 미움의 강도를 낮추려하는 새해. 이제 절반쯤 남자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땅의 입국처는 나를 아주 길게 붙잡았고 이민법을 전공했다는 남자의 동기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로 바뀔지 알지? 불편해지지 않으려면 가능한 빨리 법적 절차를 밟아, 라 강하게 이야기했다. 남자는 날 보며 희미하게 웃었고 나는 차창만 바라보며 그 대화를 못 알아들은 척 했다.
짧은 일주일, 평균보다 약간, 아주 약간 높다는 남자의 연봉에 주거 혜택을 받은 집은 나쁘지 않았지만 외식은 비쌌고 이따금의 거리는 버려진 주사기가 흥건했다. 장을 보고 산책을 하고 미술관과 도서관을 다니며 드물게 영화를 보는, 대부분 모자를 쓰고 맨 얼굴에 마스크를 한 내 얼굴에 많은 사람들이 미스, 미스터? 를 물었고 나는 짧게 눈으로 웃었다. 니하오는 드물었지만 굳이 어깨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슴이 막혀 한참 숨을 몰아쉬다 다시 바닥을 보며 걷곤 했다. 말간 해에 말을 할때마다 부서지는 새하얀 입김이 기묘하게 몽롱하여, 자주 선 자리를 잊고 지도앱을 들여다보았던,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근 것마냥 천천히 불어가던 나날.
다시 돌아오는 길. 일본에서 아주 좋아하는 분들께 드릴 것들만으로 채워진 에코백을 가지고 바로 시위에 나갔고. 핫팩 자국으로 발갛게 태워진 피부를 씻어내리다 내일은 뭔가 바뀌길, 가만가만 중얼거리기도 한다.
지금 나는 예술을 하지 않지만, 예술을 하는 이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의심하고 깨부수며 돌을 던져야 한다는 학교의 교육을 나라의 돈으로 받았기에. 내 부채는 움직이는 것으로 갚을 수 밖에 없고.
모처의 공론화나 나와서 개인의 의사를 터놓는 것이 겸연쩍다는 지인의 말에 왜? 대꾸하니 단 둘이서 외진 곳에서 들어야하는 은밀한 이야기를 공개된 장소에서 듣는 부끄러움을 이야기하여, 음.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난 이제 잘 이야기하고, 잘 닫고, 자주 그저 잊는다.
많은 것들을 여권 탓으로 돌린 나는 빠른 재발급을 위해 보정도 조명도 없는 지하철 즉석 사진기를 골랐고. 주름지고 피로한 여권 속 내 얼굴이 생각 외로 마음에 들어 약간 놀랐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이렇게 조용히 나이가 들었네, 하고.
-가능한 많은 이들이 춥지 않은 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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