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껏 빚을 져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던.
크게 미각에 휘둘리진 않지만 제육과 튀김을 좋아하고 자주 화장실을 가고 칼로리 소모가 빠르고 근육이 잘 생기고 살이 빠지기보다는 아랫배에 모이는, 나를 두고 어느 수련의가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남자처럼 먹고 남자처럼 소비하네요? 그들이 체중계에 관심없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서툰 변명을 덧붙일 때마다 그래서 네가 선출이구나, 라는 단정에 그저 웃고.
나는 이제 물러설 수도 없는 어른이 되어서.
토하면서 슈니츨러를 읽고 입센을 음악과 편곡으로 해석하다 하반기 즈음의 메켈레와 임윤찬을 고민하며 주미 강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내 무지를 두려워하는지.
책에서 아무것도 얻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오래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세계가 그곳에 있어서, 그리고 당신의 실제를 나는 조금쯤은 부러워했을 겁니다.
나는 언제나 기약없는 감정을 받기보다는 내가 아는 무언가를 주고싶어서. 그래서 차가운 길가에 함께 앉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를 높여 환호하고, 얼어붙은 손으로 박수를 치고.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절반쯤 쓴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렸다.
젊고 사라진, 어쩌면 그 때문에, 혹은 그로 인해 선명한 글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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