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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걸 보면 영원히 웃고, 슬픈 것을 보면 오래 울고 싶다. 내가 무뎌지는 것이 가장 두려워지는 연배.

어느 나라를 처음으로 다녀왔고. 긴 출장에 모두가 간다는 관광지가 아닌 연구소와 기관, 정부 부처를 옮겨다니는 일정에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다만 현지 코디네이터가 이야기해준, 초원 위로 쏟아져내리는 별빛을 당신이 겪을 기회가 있길 바란다는 그 애틋한 문장을 가만히 새겼고.

개성없이 무난한 인상으로 어디를 가든 그 나라 사람처럼 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에. 역시나 이 나라 북쪽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야기가 칭찬 고맙다, 는 내 대꾸에 돌아오는 웃음들이 좋았다. 향취가 독하다는 고기며 만두도 나는 거리낌없이 먹고 잘 소화했고.

누구도 원하지 않기에 내게까지 온 자리를 오래 거절했다. 결국 퇴사를 거론하는 내 언어에 사람들 사이에는 일종의 급이 있으며 우리와 같은 급들은 맞는 미래를 잘 가꾸어야한다, 힘찬 대답에 그만 질리고 말았다. 졸업한 학교들의 몇몇 면을 제외하면 저는 주보호자가 없는 고등학교 중퇴자로 어쩌다 노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 모든 과거를 한 단어로 급, 이라 표현할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맞춰보자는 이야기에 그 자리에 앉을 다짐을 하긴 했지만 내 실망도 낮아진 기대치도 여전하고.

언젠가 이야기했었지. 나를 사랑하기로 운명지어진 마음을 감당할수 없어, 내 인생에는 아이가 없을 것이라고. 한편으로 지금 누군가 나타나더라도 적절히 거리를 유지할수 있는 고요를 키우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면.

덥고, 지치는 일들 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그마한 재미라도 얻으실수 있길 바라며. 모쪼록 건필, 여름감기, 이사 모두 무탈히 잘 해결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