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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아름다움만이 가득한 세계가 좋기도, 슬프기도.

간신히 책을 두권쯤 읽었고 나흘간 출근에 너무나 업무가 싫어 책상 앞에서 두 시간쯤 딴짓을 했고 연휴기간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결국 자리를 고쳐앉아 거나한 답장을 써내려가다 이 모든 것들의 효용을 따지는 나 스스로에게 질려버리고.

내겐 작은 집도, 직장이 없어도 두 달쯤 버틸수 있는 돈도, 이제는 다른 이의 반짝거림을 봐도 갖고싶다거나 먹고싶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연륜이 있으나. 그와 비슷하거나 어린 또래들은 노출된 순간 엄청난 박탈감을 받겠네, 생각에 더더욱 인증 문화를 곱씹어보게 된다. 이토록 정보의 시대에 완벽하지 않다 여기기에 더더욱 교류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이들을, 무언가를 보장할 수 있는 부모도 그럴듯한 기반도 오로지 부족한 노력과 그럴싸한 미학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