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배우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는 때가 있습니다. 눈 앞의 생계보다 보다 먼 꿈을 선택한 부류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늘 그렇듯, 첫번째는 역시 매혹적인 이야기, 두번째는 관련된 돈이었을까요. 또 다른 접근으로 첫번째가 계약이었을 가능성도 농후하고.
이 영화 역시 왜, 의 맥락은 이해가 가지만 어째서, 를 설명하지 못하는 뻔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일종의 Einstein-Rosen bridge 역할을 하는 건물을 세우고 에너지장 - 무슨 에너지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 으로 두 개의 우주를 교차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움직이는 인물들의 당위는 허섭하고 이야기는 한심합니다. 배우와 배경과 CG와 촬영 모두 낭비되지 않은 구석이 1도 없지만 오로지 사운드가 좋습니다. 모두의 우주와 나 혼자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주, 즉 내게로 매몰되는- 그러므로 관객에게 쏟아지는 1인 우주의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방식이 마음이 들어 사운드 슈퍼바이저도 제대로 명기되지 않은 스텝롤을 한참 바라봤었네요.
눈에 든 배우 몇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제 시간과 돈을 투자할 이유도 없을 영화였지만 에너지장의 폭발을 바라보며 It's working, 이라 중얼거리는 Stevens의 새파란 망막에 맺히는 불꽃을 바라봤던 즐거움을 부정할 수는 없겠네요. 이렇듯 애정은 소비를, 감정을, 마음을, 때로는 눈 먼 맹목을 만들곤 합니다. 배우를 보는 기쁨과 그들이 몸담은 영화에 대한 평가를 분리하기 어려워지는 것처럼요.
-너는 일렁이고.
지금 내가 너를 용서하는 까닭은,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계속되어 왔던 비겁함이라는 반사신경 때문이다.
메마른 나무 가지 같은
너를 끌어안고 서서
쏟아내고 있는 눈물도
뿌리치듯 날 밀어내
네게 다가갈 수 없는데
나는 출렁이며 차올라
네게 넘쳐버리게
무책임한 그대는
매일 얼굴을 바꾸네
내게서 도망치지 말아줘
나의 세계는 너로 세워지고 무너진다
모른 척 하고 있잖아
아무래도 좋을 결말 따위
내게 상처 주게 허락 할 테니
다시 걸어보게 해줘 사랑에
난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렸지만
멋대로 그대를 원하고 있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냐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지만
나는 자꾸만 더 야위고 깊어만 지네
날카로운 달빛에
달빛에 비친 유리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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