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항상 그 방 안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을 강요받는다. 정규직 사회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한 나는 왜 남성들이 졌다, 이겼다로 같은 공간 속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며 매력이 밀린 스스로를 분하게 여기라는 태도를 당연스레 고수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외모 순위며 인기 투표 따위의 개수작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이상한 공간의 서열화는 여성이 다른 여성을 능력이나 노력이 아닌 미의 경쟁자로 만드는 것에 일조하며 - 수많은 문화에서 그려지는 질투하는 여성들, 을 상기해봐도 - 어떠한 승리 앞에서도 결국 자신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없는 기이한 승자와 패자의 구도를 만든다.
다양한 매력이 그려지는 남성의 세계와는 달리, 여성들에게 용납되는 미의 세계란 왜 이다지도 좁고 얄팍한가.
팔아야 하는 글을 쓰던 시절의 나는 담배나 폭식, 쪽잠 등으로 스스로를 학대해가며 이야기를 쥐어짜는 편이었는데. 주 2회 정도 있었던 제작사와의 미팅 시 매번 나오는 서두는 내 피부와 붙은 체중의 여부였다. 왜 이렇게 살이 쪘나, 잠 못 잤냐 피부 왜 이러냐? 표정도 좀 신경 쓰고, 자기 관리 좀 해라. 걱정을 빙자해 묻는 그들의 품평에 단어와 문장을 고민하느라 며칠 밤을 샌 이십대 초중반의 내가 대꾸할 말이 얼마나 되었을까. 내 재능이 돈이 된다는 것을 인정받고,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그 재능을 연마하는 과정에서도 여성은 언제나 싱싱하게 가꾼 외모와 상냥한 태도, 위협적이지 않는 웃음을 요구받는다.
단순히 예쁜 것, 으로 마무리되지 않는. 언제나 요구되는 지금 이순간, 현재 진행형의 가장 예쁨.
꾸미지 않아도, 무대 뒤에서도 아름다운 외모와 흠없는 성격과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매력을 요구하는, 그러나 철저히 정형화되고 흥미로울 법한 시나리오가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따위가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누구의 투표도 얻지 못하며 다만 철저히 외면받아 다시는 제작되는 일 없기를. 언제나 또 바라고 바라며 바라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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