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벅차오르기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진이 빠지기도.
이 영화는 언론사와 기자와 돈, 그리고 권력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남성들의 사회에 자신도 모르게 편입하게 된 여성의 결정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This is no longer my father's company, it's no longer my husband's company, it is my company.”라는 일갈과 더불어 supreme court에서 남성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타임즈의 사주와 편집국장을 지나, 한 켠 외곽에 서 있는 여성 시위자들의 선망과 응원의 눈빛에 일일히 눈을 맞추는 Kay의 짧은 시퀀스만큼 올 한 해 저를 울렁이게 만든 장면은 없었습니다.
주어지지 않았기에 목소리를 키울 기회도, 책임을 질 이유도 없었던 여성이 마침내 자신의 의견을 내고, 힘을 전달하고, 그에 따른 책임까지 고수하는.
주변 모두가 누구에게도 상처 입거나 상처 입히지 않는 좋은 사람 - 협상보다는 파티에 재능이 있다는 말 또한 - 으로 남아 있길 바라는 Mrs. Graham의 모습에서 칼바니아 이야기, 의 "너는 탄탈롯 공작이 키워낸 공작가 최고의 작품이다. 모든 이들이 네가 누군가의 손을 잡은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행복하길 바라.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네가 최초의 여공작 따위가 되어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아."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듣던 에큐가 떠오르기도 했네요. 그러나 떨며 망설이며, 좀 더 험한 가시밭길의 명예와 스스로의 품위를 택하는 것 또한 Kay 자신이며.
Kay를 제외한 여성 인물들이 그려지는 방식은 형편없습니다만, 여전히 기본은 해주는 좋은 배우들 - 지나치게 가버린 Hanks의 연기는 문제가 있지만서도 - 과 묵직한 연기 연출, 이 영악한 감독이 강약을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제가 이를 물게 만듭니다. 뻔한데, 너무 좋죠. 정말 분할 만큼 좋아요.
아주 사소한 것들이 마음에 들어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쓰이고 있는 유압식 슈터, 방 안 여러 곳에서 연결되는 유선 전화, 윤전기, 납활자, 뒤가 비칠 만큼 얇고 낱장이 많은 종이 신문. 그리고 하나. 그곳에서 일을 할 때의 저는 팔찌와 반지, 목걸이 등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편이었지만 - 뜯길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제외하고 - 단 한 번도 귀걸이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전화를 받을 때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장면이 무심히,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지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네요.
신참 변호사 역할을 맡은 Jesse Plemons이라는 배우가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대사의 힘이겠지만 정말 시의적절한 질문을 시의적절한 때에 했으며 그 후폭풍에 잘 대비했고 - 제가 기자였다면 좀 더 다른 대답을 했겠지만 - 마지막까지 옅어지지 않은 존재감에 혼자 꽤 놀라기도 했었네요.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I'd like to tell you it gets easier, but it doesn't. If there's a comfort, you get used to the pain if you let yourself, I went to a grief seminar in Casper. Don't know why, just, It hurt so much, I was searching for anything that could make it go away That's what I wanted this seminar to do, make it go away. The instructor come up to me after the seminar was over, sat beside me and said, "I got good news and bad news. Bad news is you'll never be the same. You'll never be whole. Ever. What was taken from you can't be replaced. You're daughter's gone. Now the good news, as soon as you accept that, as soon as you let yourself suffer, allow yourself to grieve, You'll be able to visit her in your mind, and remember all the joy she gave you. All the love she knew. Right now, you don't even have that, do you?" He said, "that's what not accepting this will rob from you". If you shy from the pain of it, then you rob yourself of every memory of her, my friend. Every one. From her first step to her last smile. You'll kill 'em all. Take the pain, Take the pain, Martin. It's the only way to keep her with you.
-그 고통을 잊는다면 관련된 기억조차 사라져버리게 된다고.
뻔한 인물 조합과 왜 굳이? 의 사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휘몰아치는 힘이 굉장한 영화더군요. 자칫 감정적으로 빠질 수 있는 사건과 인물들을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냉랭하리만큼 건조함을 유지하는 시선도 무척 좋았고. 결국 모든 인물과 사건, 그와 관련된 이야기와 서사의 유려함은 감독이 어떤 관점으로 그를 드러내는가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 사운드, 촬영, 편집 모두 어느 한 구석 빠지는 데도 없습니다. 작년에 봤다면 올해의 촬영을 줬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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