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을 주장하는 사람 치고 강자의 편이 아닌 사람이 없다, 라고.
하긴 내가 아는 대부분의 극우들이 자신을 중립이라 이야기했지. 세상 모든 공정함이 자신의 어깨에 지워진 것 마냥.
약속 당일,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무책임에 몇년을 시달렸고 그 이후에는 답장이 없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사고나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또 몇년 견뎠다. 성실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빨리 모든 연락에 답장을 하려 노력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단지 그러기 불편했다, 싫었다, 어려웠다, 는 이유만으로 합의된 날짜나 시간에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에겐 특별한 호오 없이 그저 마음이 식는다.
애정이든 증오든 결국 감정은 관심이고, 일의 경험과 사람의 연륜을 동시에 쌓으며 나는 어느 쪽으로든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 감정을 소모하는 것을 극히 꺼리게 되었다.
거론하고 싶지 않은 사건을 몇번 겪은 뒤로 나는 내 사적인 번호나 주소, 이름, 혹은 개인 정보를 굳이 필요없는 상황에서는 그다지 노출하지 않는 편인데 - 그 관계가 가깝고 가깝지 않고를 떠나 - 얼마 전 이런 이유를 들어 내게 믿음이 없다, 고 화를 내는 사람을 만나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왜 굳이? 라는 마음 또한. 그런 정보 없이도 나는 내가 알 수 있는 상대의 범위 안의 모든 것을 좋아하며 아꼈고, 아마도 상대 또한 어느 정도는, 이라 멋대로 예상하면서.
여성의 치장한 머리, 귀걸이, 목걸이, 턱선, 목덜미를 제대로 만지는 방법을 좀.
배우의 걸출함으로 이야기의 상투성을 메꾸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 수가 얄팍하여 흠. 영화제 혹은 위원회의 꼰대들이 존나게 환장할 영화라고 생각했고 - 더럽고 폭력적인 마마보이 마초가 죽어가는 패밀리맨의 충고를 듣고 갱생하며, 이 케릭터에 밀려 복수심에 불타는 어머니는 사라져버리고, 어떠한 죄도 제대로 된 벌로 다루어지지 않으며 - 그 와중에 스코어가 무척 좋습니다.
모든 죄책감과 잘못은 여성 케릭터들에 몰아주고.
앉은 세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갈 만큼 지루하지는 않은 영화지만 이런 영화야 말로 보는 관객을 짜증나게 만들죠. 개판인데, 잘 만들었어요. 잘 찍었고, 훌륭하게 마무리했고, 연기도 끝내주고, 싸가지 없는 어머니의 복수극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익숙한 만큼 빨려드는 이야기도 있고, 당연히 상도 받겠죠.
-짜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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