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소음 이야기에 문득. 내 기억 속 첫집은 기단 위 대청을 끼고 사랑방과 건넌방이 나란히 놓인 평범한 기와집으로, 부엌이 무척 낮고 처마가 깊었다. 원래 못이었다는 집터는 최대한 단을 낮추고 구들을 넣었음에도 사시사철 습했고 초가을부터 늦봄까지 윗목의 자리끼에는 살얼음이 끼었다. 하아, 자다 깬 나는 날씨를 가늠하기 위해 입김을 불어보곤 했다. 흰 입김이 빨려드는 창호 사이로 쏟아내리는 별빛과 새파란 달. 이따금의 헛기침, 풀벌레, 소, 송아지, 개, 병아리, 닭, 꿩, 그리고 수축과 확장을 지속하는 도리와 보의 소리.
밤은 늘 요란했고, 신새벽의 조부는 자주 마루에서 곰방대를 물었다. 잠에 젖어 희뿌옇게 흐려진 내 눈에 비치던 그 정경과 냄새와 불빛, 소리. 아니, 소리라고 할 수 없는 그 낮고 낮은, 집안 전체를 서늘하게 어루만지던 그 스산하고 다정한 집울음.
이따금 새벽잠을 깰 때면, 내가 그 소리와 냄새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내가 생각해도 기이할 만큼 Olsen에 빠져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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