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지 않게 그늘진 얼굴. 무척이나 아끼는 종류의.
많은 일이 있었고. 이 일들을 어떻게 한낱 단어로 표현할까, 하다.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이 일들은 결국 내 안의 태풍으로 잠잠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기실 내가 당신이 잠기는 것을 볼 수가 없어.
가볍게 한 이야기였지. 일반적으로 나는 여권도 외국인 등록증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내가 여기서 교통 사고를 내거나 갑자기 쓰러지거나 의식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거나 하면 나는 신원 미상의 부상자나 시체가 되어 사라질지도 모르겠네. 그 이야기를 들은 동료는 한참 말이 없다, 뜬금없는 시간에 내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거나 했지. 밥은 먹었어? 다 괜찮아? 요즘에도 집 조명은 깜박거리니? 의아해진 내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누군가 신원 미상의 너를 발견한다면 내 번호가 네 휴대폰 제일 상단에 떠 있길 바란다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지.
오랜만, 이라고 표현하기에도 겸연쩍인 시간을 흘려보낸 남자와 나는 함께 보내는 며칠을 밑반찬을 준비하는 것으로 소모하곤 했다. 날리는 마늘 껍질을 훼훼 밀며 눈 사이를 모으는 나를 향해 내던져진 간장 배인 몇 마디에 그만 나는 푸르르 웃어버리고. -누가 괴롭히면 그냥 다 그만둬, 참고 견딜 필요 없어. 그냥 그만두고 나한테 와. 스스로를 자신하는 남자의 오만함이 내 가치의 우선순위였던 기억은 없지만 단 한 번도 가진 적 없던 등 뒤의 무언가 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도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서.
내몰린 등 뒤가 단단할 때 스스로의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으니.
그리고 이 뜬금없는 순간들에 위로받을 때도.
삼촌 - 근친 살해 - 의 트라우마로 움직이는 동기 자체가 엄청나게 변태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슈가 대디와 귀여운 여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갈데까지 가는 구나, 라는 의심이 깊어서.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는 히어로가 유사 이래 얼마나 있을까 더듬어보다 제가 그 영화에 마음을 붙일 일은 영영 없겠다 싶었네요. 저의 격렬한 혐오 중 둘이 어린 병사Child Soldier와 대리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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