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내 꼬리를 잡은 슈투카가 내가 오늘 맨 타이가 윈저 노트인지 플레인 노트인지를 신경이나 쓸 것 같나? 여긴 사선이고 저 빌어먹을 제리와 내가 나눌 수 있는 유일함은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결착 뿐이지. 내게 전장에서의 예의나 상대에 대한 경의 따위를 기대하지마. 끌어들이지 않을 테니, 끌어들이지 말라고. 


실력 없는 자만은 도외시되는 이기심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멋대로 구는 남자를 뒷받침하는 그 능란한 기술과 성실함은 기묘한 경외와 신비로운 오만을 자았다. 수많은 색을 띤 갖가지 시선 속에서도 남자를 가리키는 것들은 유독 결이 달랐다. 쌓인 시선은 기억이 되고 두터워진 기억은 일렁이는 마음을 틔운다. 고글 너머 마주치는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깨달은 것 또한 그 즈음이었다. 싯누런 구명 조끼 아래 잘 차려입은 BD의 단추가 몇개나 풀린 것을 알아차렸던 때, 이 풋내기 윙메이트가 노련한 직속 상사에게 품은 시선과 기억과 감정의 심도를 한 순간에 읽어버린 그 찰나. 


최고의 고전음악 연주는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고전음악의 사도들은 항상 과거에 대한 사랑을 현재에 대한 혐오와 연결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음악은 생각이 다르다. 과거를 싫어하고 벗어나고 싶어한다.


-최근 들여다 본 책 중 가장 흥미로운.


Spielberg씨의 응답하라 + 뇌내 망상 잘 봤구요. Pegg가 예쁘고 Cook이 어마무지한 미인이라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그의 음악은 이 시대의 정신 나간 속도 정반대편에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한마디로 엄청난 지루함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밀어 넣는 것이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지루한 것, 단조로운 것과의 싸움이다. 그건 시간을 응축시켜놓는 과정이며 공간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어렵고 따분하게 들리던 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패턴이 느껴지면서 간결한 아름다움을 고취시킨다. 사이비 교주 같은 인상을 풍기고 싶진 않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새로운 공간에 자기 자신이 자리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78년 매거진 <뉴요커>는 이렇게 말했다. “방의 벽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소리가 갑자기 끼어든다. 그리고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