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While he writes, I feel as if he is drawing me; or not drawing me, drawing on me--drawing on my skin--not with the pencil he is using, but with an old-fashioned goose pen, and not with the quill end but with the feather end. As if hundreds of butterflies have settled all over my face, and are softly opening and closing their wings."


-그의 펜 끝이 내 얼굴을 스치는 수백 마리의 나비 같았다는 표현처럼 이 배우의 첫 등장이 내게는. 고개를 들어 입술을 열고 문장을 만들어 발음을 내뱉고, 상체를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나 대지를 걷고 빨래를 널며 퀼트를 잣고. 떨리는 푸른 홍채에 수많은 감정을 담아 마주 앉은 사람을 직시하는 그 눈빛, 그 동작 하나하나가 내 심장벽에 새기는 상흔 같아,


정말이지 너무나 좋아서.


그래도 하면 안돼, 라고 알고 있는 것들을 행한 뒤 태연하게 구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힘들다. 윤리와 주관은 찢겨지기 쉽기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스스로 피력했음에도, 과거에 대한 죄책감 혹은 그 어떠한 껄끄러움 없이 눈을 흡뜨는 이들.


내 작은 의문 정도가 그 행보에 영향을 끼칠 일은 없지만. 


냉기가 도는 집 안에 들어서며 불을 켜는 과정에 있어 감각이 둔해지다 보니 여기저기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고, 그러다 보니 전등 스위치 옆 진회색 벽지 위에 검붉은 자국이 한참 늘어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모처럼의 휴일, 미뤄둔 대청소를 하다 그가 내 성긴 손톱 혹은 손가락 부위의 거스러미 따위로 생겨난 핏자국임을 알아차렸다. 언젠가 내가 사라져도 내가 남긴 이 흔적들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의아하게 생각하리만큼 그저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  


키재보기의 어느 벽면처럼, 집이 늙어가는 만큼 사람의 흔적은 늘어가고. 


 어렸을 때 나는 영예를 동경했소. 그 나이에 우리는 사랑을 동경하듯 영예를 동경하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우리에게 알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오. 야심이 쓸모없는 악덕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소. 영혼을 독려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거요. 문제는 그것이 영혼을 탈진시킨다는 점이오. 성공이 반 거짓으로 구매되지 않는 경우를 못 본 것 같소.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제외하도록 혹은 과장하도록 강압하지 않는 청중은 못 본 것 같소. 나는 자주 슬픔과 함께, 진정으로 아름다운 영혼은 영예를 얻지 못하리라고, 그런 영혼은 영예를 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소. 이 생각은 나를 영예욕에서 탈피하게 했고 또한 재능에서 탈피하게 했소. 나는 재능이란 특별한 웅변이라고, 우렁차게 타고난 표현력이라고 생각했소. 내가 쇼팽이었거나 모차르트였거나 혹은 페르골레즈였다 하더라도 나는 단지, 시골의 어느 음악가가 겸허하게 나날이 최선을 다할 때 실현하는 것만을, 아마 불완전하게 표현할 것이오. 나는 최선을 다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