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어떤날에는 빛에게 빚만 진것 같고.

책을 읽고 이따금 글을 쓰고 간간히 자전거를 타고 얄팍해진 월급 명세에 음, 생각을 가다듬고 나니 어느덧 일 월도.

지금껏 맡은 일을 완성하지 못하는 사람과 일을 해본 적이 없기에 아니 왜 이렇게 일을 하지? 왜 저렇게 참견을 하지? 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거지? 라는 새로운 종류의 짜증을 잠재우기 위해 자주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연초에는 고아 모임 - 내가 지은 명명이 아님; - 을 했고. 이제는 아버지의 나이를 넘어선 나와 실체 없이 형태로만 남은 부모에 대한 기억을 이리저리 헤집어보던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던 한 마디가 웃기고 슬펐다. 뭔가를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뒤늦게 나타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 하고.

어렸을 때는 거짓말처럼 나타난 누군가가 내 보호자를 자처하는 상상을 했어.

시간 낭비와 지지부진, 자신을 알지 못하는 형태를 혐오하는 스스로를 불현듯 깨닫고.

한국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누군가 내 선택을 대신해주길 바라는구나,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