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포일러에 시큰둥한 이유는 또한 많은 감독들이 취하곤 하는 이건 모르겠지? 내려다보는 시선의 불쾌함도 한 몫 하겠죠. 대부분의 감독과 제작사가 바라는 바겠지만, 관객은 그들의 생각만큼 멍청하거나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당 작품의 전개가 대단하다면 그 작품을 맡은 팀, 즉 원작자, 각본가, 윤색가, 제작사, 제작자, 감독, 스텝, 배우, 홍보사의 힘이 모두 합쳐진 결과일 겁니다. 언젠가 Ragnarok의 애드립들을 두고 한 번 스쳐지나가는 스텝들보다 이 케릭터를 지속적으로 연기한 배우들의 훌륭함에 대한 트윗이 도는 것을 보며 꽤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는데. 좋은 배우들이 풍부한 자양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그러한 연기들을 걸러 용납할 만한 케릭터를 만들고 작품에 걸맞는 감정선을 잇는 것은 편집 및 후반 작업을 담당한 프로덕션과 제작사, 그리고 해당 스텝들이지, 현장에서의 연기를 이미 마무리한 배우들이 아닙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만 그에 얽힌 수많은 자본과 계약과 연결된 관계자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한 작품의 기민함으로 그 감독의 모든 것을 찬양할 수 없는 이유도 이와 동일하겠지요, 특히나 마블 + 디즈니과 같이 거대함으로 자리한 대형 스튜디오의 경우에는요.
지난해 헐리우드의 영화 산업에 몸 담은 여성의 비율은 8%가 감독이며 10%가 시나리오 작가, 2%가 촬영감독이며 24%가 제작자, 14%가 편집감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흥행순위 100위권에 속하는 영화들 중 여성 종사자의 비율은 총 3%이며, 2016년의 4%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추세입니다. 적은 비율이나마 여성제작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 캐스팅 디렉터는 이미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통계 또한 -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남성이 차지한 자본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여성제작자가 명예 남성화되어 있지 않기란 정말 힘든 일이며, 여전히 빻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영향력에 대해 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선시 되는 것은 돈이며, 돈이고, 또 돈입니다. 제가 언제나 여성제작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또한 이와 동일합니다. 여성의 성공과 실패가 집단이 아닌 개인의 것으로 치부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비율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체에서 차지한 비율이 늘어날 때, 우리는 일부 특정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서의 존중을 받습니다. 고르고 고용하고 과정을, 그리고 결과를 만들고 성공이든 실패든 이에 따른 몫들을 감당하고 나눠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동료와 아군과 혹 적군일지라도 저 사람도 있으니까, 의 일례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남성들이 해왔던 그 많은 실패의 변명과 성공의 공치사들처럼요.
-이것도 경향이다만 나는 대사에 힘을 주는 편인데다 시나리오 상의 감정선을 중시해서 애드립하는 배우들 정말 불편해했던 기억이. 내 깜냥에는 편집점을 잡는 것도 어려웠고.
보고 나서 이야기하는 거야 뭐.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고.
Sontag과 Highsmith가 거론하는 Arbus는 의도가 되어버린 취향과 의도를 지닌 취향의 경계가 모호한 사람이라 조금 깊게 들여다보고 싶어 영화를 찾았는데. 어떻게든 취향은 곧 성애이며 성행위는 정상인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미치는 감독의 의지만이 만연할 뿐 Arbus 개인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상당한 실망을.
이 좋은 배우들을 이렇게밖에 쓰지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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