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If you find yourself in a position to love somebody again, just fall in love with me.“

꽤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기에 어떻게 찍었길래 영화가 이렇게 평이? 하는 느낌으로. 실로 농경시대의 꿈같은 영화를 보았습니다ㄱ-

엔딩 시퀀스에서 아휴 저 남미새, 라는 옆자리 여자분의 나즈막한 혼잣말에 정말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고.

-언제고 다시금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나는 과일이 격렬하게 단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용과의 무미함과 미미한 가운데 아주 약간의 끝 달콤함을 좋아하는데. 이것이 보통 한국 사람 입맛엔 별로인지 종국엔 늘 내가 모든 용과를 처리하게 되는 일이 잦음, 고맙게도.

겉모습도 멋있지 않나? 멍게의 지상화.

어떻게 그렇게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수 있냐는 주변 동료의 물음에 정말 정말 좋아해서요, 문장을 남긴다. 시간은 공평하게 한정적이고 저는 휴대폰과 유튜브를 잘 보지 않고 세상 화제에 별 관심도 자주 만나는 친구도 거의 없으니까요, 라는 불편한 말을 속으로 삼키고.

모님의 2부 시작 기념으로 1부를 다시 읽고 있는 중으로. 글은, 특히 모님의 글은 정말 좋다. 문자로 새겨지는 전혀 새로운 세계의 기조.

나는 쏟아지고 싶었으나
언 수도처럼
가난했단다

말도 안되게 덥디 더운 추석, 건강히 즐겁게 맛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그럴테니까요.

418.

많은 일들이 있었고 못 간다 못 보낸다 일단 가라 나중에 데려올 것이다 오면 그만이다 제 의사는 없나요 없어요 그러게 없네요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그래서는 너는 어쩌고 싶니 네? 하는 문장을 마지막으로 삼일 만에 새로운 부서 발령을 받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는 사정들에 시달리다 결국 꺼내지 못한 퇴사의 말과 함께 지친 몸으로 영화관에 앉았을 때.

그저 눈 앞의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감정을 쏟아붓고 누구도 누구를 미워하지 않는 청춘들이 얼마나 아름다워보였는지. 정말 어마어마하게 웃고 울었다.

제 올해의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를 이 영화로 처음 알았는데, 아이돌이 왜 아이돌인지 뼈저리게 알겠더군요. 아주 가벼운 동작 하나, 움직임 하나, 리듬을 타며 내보이는 표정 하나에도 끼과 자신이 엿보여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림자조차 빛나보이는 해사한 얼굴, 집중한 표정, 그리고 스스로에게 몰입한 이들 특유의 약간은 멋쩍은 듯한 미소.

딛고 발돋움하고 그저 넘어서는 성장이 아닌 중단으로 얻어지는 고요한 화해와 그럼에도 계속되는 그 일상에 박수를 보내며. 제가 관을 나오자마자 다른 시간을 예약한 것처럼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

417.

성덕, 미드나잇 카우보이의 전설, 선생, 영혼의 눈동자 정도. 일이 바빠 생각보다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여름을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모님과 모님들의 조언 덕에 나는 무사히 어느 보석을 아주 좋아하는 분께 선물했고. 환한 미소와 그 담담한 감사인사, 떨리는 손끝에 온 몸이 젖어드는 듯한 무구한 기쁨으로 애먼 입술만 깨물었다지.

사람이 이렇게 사람을.

이따금 느끼지. 평생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여성과 언제나 잘생겼다는 칭찬을 듣는 남성의, 그 흠과 평과 틈 찾기의 미묘한 차이를.

제 편지에 딸린, 필수적으로 간직해야만 하는 인화 사진.

이런 사진과 손편지를 모님이 실물 무결제 기간 한정 서비스라 지칭하셔서 약간 웃었고.

절반쯤 졸았음. The Florida Project가 그랬듯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의 사정에 대한 영화를 내가 정말 안 좋아한다는 생각만.

-그렇군요.

“나는 다시 없는 것이며 네가 가질 최상의 것이다. 하찮은 승부욕으로 이 귀한 것을 날려버리지 마라.”
어둠은 고요하고 공허는 잠잠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주인과 적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네 말.”
진신은 미소를 지었다.
“힘을 빼앗긴 뒤에도 네 말은 강렬하군. 여전히 매혹적이야. 매번 거짓말을 하는데도 매번 다시 넘어가게 만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