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OTT용 드라마 한편을 굳이 극장으로 끌고 왔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방점은 그 굳이, 에 찍히고. 절묘한 대사들이 좋아서 정말 낄낄대면서 봤습니다. 이런 시기에 어쩌면 절실했던 여성의, 여성에 대한, 여성을 이야기한 영화.

심야영화를 보고 나와,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둑한 밤길을 천천히 걸으며 세상이 조금 바뀐 것 같은 느낌과 라나델레이의 Fishtail 사이를 만끽했다.

우리는 아마도 가파르게 침몰하는 중으로.

모든 인공의 호사를 시뻐했던 과거에 자연만큼 많은 사람들을 일순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거대함이 또 있을까 하다,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이 밤, 이 여름.

덕분에 지친 밤을 많이도 견뎠습니다. 모쪼록의 안녕을.

-함부로 사랑하고, 멋대로 상처입고.

노부부 내외분이 운영하시는 식당과 리뷰시스템 - 정말 환멸난다 - 에 대한 이야기가 왈가왈부하고. 맥락과 이유를 알아야만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는 사회라니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외롭게도 매미가 울고. 서양 어느 곳은 여름의 매미가 없어 후시를 위한 사운드 파일에 그 소리를 뺀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여.

본 영화 전 방영되는 모 생명회사 광고의 이미지와 음악이 AI로 구성되었다는 자막을 보다 문득. 정말 예술인과 해당 종사자들은 피가 마르겠다 싶은 갑갑함과 저런 가상의 것이 만들어내는 회사가 홍보하는 보험과 안정성의 어이없음이.

골격이 또 너무나 내 취향인 어느 분이.

시나리오를 오래 쓰고 있는 후배가 언니 요즘에 전개 발달 위기 착실하게 넣으면 고구마 답답이라 독자가 화내요. 능력있고 사랑받는 인물만 그리는게 조회수 높고 돈이 되요, 해서 읭? 싶었는데. 내가 아는 몇 안되는 웹소설과 웹툰을 떠올려봐도 몇몇을 제외하곤 어쨌든 개짱쎈전무후무가 나타나서 상황을 정리하고 점점 더 강해진다, 구색이라 입맛이 사라짐.

예술은 정말 현실세계의 일그러진 거울로. 세상이 힘드니 다른 곳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으려 하네.

인생의 2/3 이상을 후죠로 보냈지만 요즘 타쿠 경제 관념 정말 모르겠음으로. A4 몇장에 프린트한 것도 아니고 기껏 시간 돈 투자해서 만든 굿즈 나눔하지말고 인쇄비라도 받으세요. 십 년 이십 년전 조악한 그림 도트 프린터로 인쇄해 직접 코팅한 악세사리도 백원 오백원 받았음. 혹시나 금액을 책정하면 안사갈까 안팔릴까 정면승부 못하는 마음인건가? 제발 재능을 공짜로 쓰지 마세요. 디자인 인쇄 검수 출력 시간 자본 다 책정해서 착실하게 돈 받으세요.

상처받기 싫어하는 폐단이 취미의 경제감각에까지 도달할 줄이야.

여러분의 한 걸음이 뒤를 잇는 예술가를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뭘 믿고 돈을 그렇게 빌려주는지; 받을 생각 안하는 것 외 돈거래는 진짜 아닙니다. 정산도 최대한 빨리.

나 또한 보고싶어서 써내리거나 부탁받고 공짜로 써주는 글들이 있지만 내가 고수하는 양식에 일정 분량 적정 진도 정해진 시간 이상 절대 안씀. 난 프로도 아니고, 이는 정당한 대가가 지불된 글이 아니므로.

2차 창작으로 돈을 벌고싶지 않다, 는 건 내 신조일 뿐으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재능으로 돈을 벌건 말건. 정말이지 남이사의 마음으로.

90년대 이웃간의 정 지랄염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뒷담과 약취유인과 성추행이 이루어졌는지. 그렇기에 도시의 인류는 거리감을 구축했고.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덥다, 인듯 합니다. 조금이라도 이 푸념섞인 감탄사가 줄어드는 날이 오길 바라며. 부디 건강하세요.

365.

And she began to understand how to play Martha. The woman in the hospital went into a primal, animal-like state, Kirby said. “Her body was taking over and doing it, so that helped me so much for the scene,” she added.
Over two days, that long take was shot six times. In a phone interview, the director, Kornel Mundruczo, who also works in theater and opera, said that preparing it was like getting a stunt scene ready: “Lots of planning, but you don’t know what’s actually going to happen.”

In the end, each take was different, Kirby said: Martha and Sean’s conversations shifted, the way Martha’s body reacted to the contractions was distinctive each time.

“It was, I think, probably the best career experience I’ve ever had,” Kirby said of those two days of shooting. Inspired by the labor she’d observed, she tried to think as little as possible, she said, and not judge what her body was doing in the scene.

After a decade of work, “Pieces of a Woman” is Kirby’s first time leading a feature film, and it is a bold and memorable role that shows her flexing her acting muscles. Mundruczo said he needed an actor at Kirby’s exact career point: “Where all of the skills are already there, but the fear is not,” he said. “When you are very established, you are more and more careful.”

-너무나 사랑하게 된 얼굴.

364.

업무 끝난 뒤 모님 댁에 실려 가 졸면서 졸면서 봤고.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고 미술이 예쁘고 배우들이 애썼더군요, 음악도 좋고.

정보를 다 아는 한층 우위의 신생아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세계 전이와 멀티버스가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시기 영화 엄청 좋아합니다. 봄, 여름 그 사이의 박지윤씨를 무척 아끼는 것처럼 계절 별로 떠오르는 영화의 목록을 만들 수도 있고.

아이들을 어려워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으로 - 겉보기엔 믿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 귀기울여 듣고 해달라는 것만 해줘도 아이들은 잘 열고 잘 믿어준다. 아침의 어스름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주겠다며 움직이는 아이의 서툴고 익숙한 동작을 보며 생각했다.

이 부산함을 두고 보는 신뢰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구나.

여테까지 너랑 있으면서 네가 운동했구나 느낀 적이 딱 두 번 있었어. 하나는 달리면서 팔꿈치 안 펴는 거랑 다른 하나는 이거 하고싶은데, 하다 어느 순간 보면 진짜 하고 있는거.

외모에 대한 알수 없는 분위기라기보단 아무 생각이 없을 때가 많아 늘 생각이 많은 이들이 그를 잘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의 Earth-42 어머니 눈이 녹색이네. 원 세계의 연갈색 눈동자가 너무도 아름다워 알아보게 된.

어쩌다 이야기가 나올 때면 - 이 나이에 이르러서도 - 사람들이 대견한듯 말하는 것에 혼자 웃는다. 어쩜, 삐뚤어지지도 않고 잘 자랐네. 상처입거나 흔들리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듯, 당연한 주양육자들에게 대한 미움이 없는 것이 기이하다는 듯. 내 모든 상처와 흉터를 숨기고 책상 앞에 앉아 가만히 웃고 있다는 것만으로 이 모든 과거들이 감춰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때가 있다.

어떤 연륜에도 부모를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이리도 많다는 사실도.

-그리고 내일 아침이 기대되었다. 내일 아침에는 타이머로 연결된 식물등이 팟 하고 켜질 것이고, 나는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잠에서 깨어나 이 식물들을 하나하나 만질 것이다. 살살. 어떤 것은 살짝 쥐어보듯이 만질 것이고, 어떤 것은 손가락 끝으로 쓱쓱 쓰다듬어볼 것이다. 어떤 것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슬쩍 비비듯이 만질 것이고, 어떤 것은 검지손가락이 지문이 있는 곳으로 톡톡 두드려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아침일 것이다. 호사에 호사를 더하는 아침일 것이다. 사치와 호사, 나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좋다.

외국 동료와 택시를 타다 오랜만에 듣게 된 인순이씨의 노래에 동료가 제목을 물어서,

갈매기의 꿈인가?
바크 소설 아냐?
뭐더라... Cephalopoda 아니면 Aves의 꿈이야.
거론한 둘 거리 너무 먼 것 같은데.

하고 집에 와서야 거위의 꿈인걸 알게 되어 슬쩍 웃고.

그러고보니 얼마 전엔 외근을 나갔다 급한 전화를 받고 좀 당황했던. 다른 국적의 손님이 소기의 목적을 지닌 채 방문을 했고, 우리 팀에 그 주제를 아는 팀원도 심지어 그 국적의 팀원도 있었지만 그 이야기의 언어를 한국어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빨리 들어와줬으면 좋겠다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오래 어이없어한 기억도.

작업에 대한 흥미가 나날이 떨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