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밌었고 한낮의 송도를 걷는 기쁨도 못지 않았고.
다만 하나, 제발 전시에 스팟 조명 좀 올리지 맙시다
입장이 무료인 전시나 공연을 가면 뭔가 작은 것이라도 하나를 산다. 이후에도 이런 좋은 것을 또 보고 싶어서. 프랑스어로 번역되었다는 춘향전의 표지가 무척이나 무하 풍이라 엽서 한 장을, 입구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담이 높은 조각들로 둘러싸여진 건물의 정경과 국립이라는 어두를 달았음에도 전혀 관람객 친화적이지 않은 내부의 동선이 어이없어 기념 엽서 한 장을 마저 구입했다. 이런 건물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는 감상을 새기기 위해.
여전히 대륙 여성들의 호방함을 좋아하고.
설 연휴 자전거를 타고 방문한, 오래 되내인 곳곳이 모두 휴무 중이라 만오천 보가 찍힌 안내와 함께 생수병을 들고 돌아오는 길.
쉴 때는 모두가 쉬어야지, 그래야 사람도 살지. 라는 낡은 목소리를 떠올린다.
남은 리플리 시리즈를 모두 읽고, 약간 케붕이 아닌가 생각도 하다.
내일의 영화 하나를 예매하고.
떠오르는 모든 이들의 평온을 소원하는, 느슨한 연휴의 세번째 날.
繰り返し涙が落ちる音を
静かに聞いていたあの日
誰よりも想い続ける事が
僕の今を支える大きな糧
ここに残る嘆きのキスを胸に
僕は生きる
-봄이 돋는 길 위에서 자주 듣는.
체중이 줄면 너무나 마음 아파하는 사람과의 약속 사흘 전부터 고기만 먹었다. 일어나서부터 고기, 자기 전에도 고기. 그다지 질리지 않은 미각을 가지고 있다는 약간 자랑스러워하며 몇 개월만에 마주한 얼굴이 좋아보여서 다행이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에게 가슴 사이도 목 뒤도 뒷머리 사이에도 이마에도 턱에도 뭔가 나고 새치가 자꾸만 늘고 이유없이 허리가 저리고 이가 자꾸만 아프고 엉망진창이에요, 라는 말을 숨기고 네, 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이고픈.
정갈한 손가락 위의 화사함을 본 뒤 빛나는 것들에 관심이 약간 일어 들여다보는 미디어며 사람들이 몇 생겼는데. 원석은 모으는 취미는 내게 수석과 같은 - 분재와 더불어 조부의 가벼운 취미였음 - 느낌이지만 구조를 잘 잡은 형태며 서로의 광채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절묘한 균형감각을 자랑하는 형태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확실히 나는 입체감이 있는 예술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딱 이런, 이 정도의 화질과 색감과 음악과 연기가 주는 시대의 감각.
이래저래 집안 오디오 장비를 손 보고 있는 중으로 - 4K 시스템은 아직 들일 생각이 없지만 - 요즘 내 구매의 구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당근을 자주 이용하는데. 이상하리만큼 중노년의 판매자들이 부연 설명을 하고 싶어하여 정말 의아할 따름이다. 굳이 작동법을 설명하겠다거나 공부를 시켜주겠다, 정말 팔고 싶지 않았다 내 비디오 클립을 봐달라 등지의, 그러면 사지 말까요? 되묻는 내 말에 아니 그건 아니고. 말을 줄이는 모습에 물음표를 띄우며 자전거 바구니에 물건을 실을 때마다 한결같은 문장이 늘 따라붙는다. 여자분이 나오실 줄 몰랐어요.
그렇게 많은 말을 세상에 던지며, 여전히 또 말을 하는 동시에 눈앞의 우위를 누리고자 하는 연약함.
나와 내 동년배의 여성이 얼마나 많은 말을 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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