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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401과 4월 1일의 기억.

어디서인지 모르겠지만 코비드에 감염이 됐고.

독한 감기라는 느낌 외 별 증상은 없지만 다만 억울함에 전전긍긍하는 중.

예상치 못한 크기에 호사롭게 읽은 책 중 하나인데 왜인지 기간한정으로 저렴하게 판매하여. 구매하고 보니 표지가 예쁜 책으로 분류되어 있어 한참 웃었던.

이제 도서의 구매는 완전히 분더카머적 취미가 되었네, 하고.

400.

그저 웃기만을 바라는.

400개의 포스트, 400개의 헛소리를 이토록 긴 시간 동안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니.

인마이백 등의 누가 봐도 감탄을 자을만큼 정갈하게 나열된 소지품을 보면 늘 입맛이 돈다. 그와 동시에 낡아빠진 자전거 장갑과 유선 헤드폰, 살이 두 개쯤 부러진 양우산과 길에서 받은 물티슈, 줄 엉킨 사원증, 8000엔 한달 식단 등지의 가벼운 문고판과 뚜껑이 고장난 립크림이 굴러다니는 내 빛바랜 타포린 백이 함께 떠오르고.

옥스퍼드 초엘리트를 읽고 - 모두 까기류로 정말 내 취향이었으며 - 본질을 절대 짚지 않으며 그럴싸함으로 빨아제끼는 존슨을 다시 읽고 싶어져서. 감탄 나오는 한편으로 헛웃음을 감출 수 없는.

399.

이런 걸 샀고 출퇴근 때마다 귀엽다는 생각을 하는 중.

좁든 어둡든. 얄팍한 문 하나만 닫으면 이곳은 낡고 아득한 나의 세계, 나의 천국.

여행의 장소로 일본을 떠올린 적이 그다지 없음에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화장품 및 네일 등지의 악세사리에 큰 관심없음, 스위츠 종류의 간식을 찾아 먹지 않음, 고리쩍 일본에서 일할때 꽤 상처를 받음 - 같은 급부로 당시 이상하리만큼 내게 잘해주었던 중국계 동료들을 이유로 그 나라에 대한 이유없는 호감이 있음 - , 사소한 차별과 짜증을 알아차릴수 있음, 등이 아닐까 싶고.

물론 여행과는 별개로 경제 규모, 장인 의식, 그에 파생된 문화라던가 인식이라던가의 학문적 흥미는 늘 있고.

어쩌다 홀케이크 쿠폰을 선물로 받았는데. 다 먹을 자신이 없어 산더미같은 식빵으로 바꾸는데도 금액에 닿질 않았다. 얼마나 더 사야 하나요, 지친 표정으로 묻는 내게 점원은 베이글와 바게트, 이걸 사시고 백 원 정도 더 내시면 돼요! 알려주었고. 정확하게 맞는 추가금액을 지불하며 고맙다는 내 말에 돌아오는 웃는 얼굴에 눈을 맞췄다. 이런 것들이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때로는.

-너무나 굉장한 얼굴이라 매 순간 넋을 잃었던.

398.

아름답고 반짝이는걸 자주 보고싶어 스펜서 DVD를 구매했고, 약간 배경음악처럼 틀어놓으며 더할 나위없이 만족스러워 하는 중.

모님이 예쁘고 값진 걸 사는 게 아닌 그가 영상화된 걸 보며 기쁨을 느낀다니 너도 참 너다, 라고 해주셔서 껄껄껄 웃음. 내 손에 쥔 것보다 타인의 눈을 투과한 아름다움이 훨씬 더 좋다구요!

개처럼 일을 하고. VIP라는 누군가의 전속 통역사처럼 말을 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업무를 받았다면 - 물론 지금만큼 의뢰는 없었겠지만 - 벌써 얼마를 벌었겠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이래서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전향하는구나, 하고.

잘 먹고 잘 놀고, 아름다웠던 기억을 빼곡히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에 대한 내 사모가 얼마나 깊은지. 먹지 않아도 배부를 만큼.

-드뷔시를 했구나.

397.

This philosophy explains her ambivalent view of her current situation. Hüller said she was horrified that reporters had tried contacting her family and school classmates to talk about her. “People believe you belong to everyone, or you have a duty to the public,” she said. “I can’t control it.”

모든 것이 다  더 앞에 있는 듯한 심도 낮은 디지털. 처진 눈, 둥근 코 끝, 늘 웃는 듯한 인상의 무표정. 단단한 이마, 분홍빛 뺨, 빛이 드리울 때마다 투명해지는 짙은 금발. 낮고 단정한 목소리, 고요한 아이 러브 유.

너무나 깊히 반해버린.

장점도 단점도 확연할 만큼 딱 중간의 영화였지만 나는 조금 더 호쪽으로, 호우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각기 다른 언어와 발화, 그 언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의 환기와 말하는 자의 변화.

언어와 과거에 대한.

호우시절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을 집에 초대하면 - 집을 보여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 늘 배경처럼 틀어놓는 영화로. 아직도 장면 장면을 볼 때마다 함께 계획을 세우고 처음 여행으로 디딘 대륙에서 난 길바닥에서 뭐 안 먹는다 나는 못 기다린다 거하게 싸운 뒤 장소를 공유하더라도 시간을 공유하지는 말자 합의했던 남자와의 맹세가 떠오르고.

이런 걸 직구했고 이상 없이 잘 받음. 내게 영상 화질의 기준은 - 십오 년된 TV에게 외부 매체 재생 외 무엇을 더 바라며 - 특별한 공을 들일 필요 없이 보고 싶을 때 볼수 있음이라 딱히 4K 등지에 집착하지 않는 편으로, 좀 더 재생이 간편한 DVD를 살까했으나 운 좋게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낮은 가격에 구매하여 UHD로. 그래도 일 년 정도 즐겁게 놀았으니 그 증거를 하나 정도는 갖고 싶어져서.

일본어 외 자막이 없는 것이 약간 아쉬웠으나 아직 영화를 못 봤다는 모님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약간 설명하고 배경만 알려드렸는데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 같은 신현철의 묘사를 모님이 정말 좋아하셔서 뿌듯하고 즐거웠다. 그것만으로 구매의 만족감이 해결될 만큼.

재회할 만큼 관심이 있던 이와 다시 만났고. 야, 거기서는 다 미친 난 놈들이라 모르지. 아니 너는 엘리트라서 더 몰랐을 수도 있겠다. 난 니들이랑 싸우고 싸우다 지쳐서 사회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딱 느낌. 나야말로 우위에 있는 자고 이것들은 다 좆밥이다, 하는 거.
육체적으로?
육체적으로.

그 순간의 우위를 나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걸 이용하기엔 나 자신의 초라함이 너무 커서.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아님. 오로지 힘과 기술로 살아남았던 세계에서 기어나온 사회가 허탈하리만큼 약하고 또 약아있어서.

내가 거친 일자리 중 가장 기괴했던 경험은 일본 거주 당시 지금보다 십 킬로쯤 덜 나는 몸으로 모 브랜드 옷을 입고 모 거리를 마냥 돌아다니는 것으로, 주말 두 시간으로 당시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고 좀 어이가 없었는데. 떳떳하지 못한 마음에 이후 그 브랜드의 매출 이력을 찾아보지는 않았으나 문득 요즘은 그가 인플루언서들의 협찬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운동을 했고 예술학교를 다닌 경험으로 나 자신이 그러하듯 어지간한 예술가의 자기중심적 사고장식에 익숙하며 그다지 화를 내지 않는 편임. 지나친 걱정을 잣는 일방적인 연락 두절을 제외하면 아니 예술가가 저정도 경향도 없어서야, 하는 마음이 잦아서. 발언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실패도 후회도 없지 않나? 비웃음은 쉽고 첫 문장을 떼는 것은 늘 어렵지. 세계가 언제나 더 너그러워지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하여.

갇힌 새장과 가려진 가면의 세계.

396.

야만을 낭만으로 표현하는 약빨은 1편에서 떨어진듯. 예술병걸린 가오충 환자가 여성학대+폭력선망에 대한 마음을 그득 안고 찍어낸 백인 구세주의 슬로우 걸린 뒷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몇점 만점이든 고생한 촬영에 1점 배우들에 1점 드립니다.

395.

너무나 힘이 들어 무엇이든 화사한 것에 무릎 꿇고 싶었던 날.

진짜 필요한 무언가는 배송조차 되지 않고 적당히 생각해 구매한 것들이 모조리 쓰레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본과 소유, 무의식적으로 강요당하는 구매에 문득 돌아본 집안 곳곳도 물건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숨이 막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주는 손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십 여층을 매일 오르며 쉬거나 숨을 몰아쉰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겠지.

다시 책으로, 도피.

394.

증유의 재난을 저마다 영리하게 대처한다는 점, 그리고 끝까지 결정적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는 것과 사운드트랙이 아닌 실제 인물들이 듣고 연주하고 흘러드는 음악 - 설마 50cent? - 배경음이 끝내준다는 점에서 Nope 생각이 많이 났고.

좋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더 좋았던. 전 코레에다의 괴물은 좀 물음표여서.

모님이 일컬었던 변호사와 법정씬이 모두 일품이었고 무엇보다 결국 끝까지 독일어를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산드라의 모습이. 남편은 그에게 시간, 장소, 언어 모든 것을 맞추고 있다고 소리쳤으나 산드라에게도 자신의 모국어로 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전혀 주어지지 않음.

Hüller도 제 언어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근사했지만 이 분 너무 좋더군요. 아직 덜 자란 아이의 세계를 지켜주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조부의 장례를 맞았던 제 과거가 어렴풋 떠오르고. 어린아이이길 바라는 시선과 동시에 어른스럽기를 원하는 주변인의 바람에 어떤 쪽을 택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던. 그리하여 조부의 죽음조차 온전히 슬퍼하지 못했던.

393.

정말 재밌었고 한낮의 송도를 걷는 기쁨도 못지 않았고.

다만 하나, 제발 전시에 스팟 조명 좀 올리지 맙시다

입장이 무료인 전시나 공연을 가면 뭔가 작은 것이라도 하나를 산다. 이후에도 이런 좋은 것을 또 보고 싶어서. 프랑스어로 번역되었다는 춘향전의 표지가 무척이나 무하 풍이라 엽서 한 장을, 입구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담이 높은 조각들로 둘러싸여진 건물의 정경과 국립이라는 어두를 달았음에도 전혀 관람객 친화적이지 않은 내부의 동선이 어이없어 기념 엽서 한 장을 마저 구입했다. 이런 건물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구나, 하는 감상을 새기기 위해.

여전히 대륙 여성들의 호방함을 좋아하고.

설 연휴 자전거를 타고 방문한, 오래 되내인 곳곳이 모두 휴무 중이라 만오천 보가 찍힌 안내와 함께 생수병을 들고 돌아오는 길.

쉴 때는 모두가 쉬어야지, 그래야 사람도 살지. 라는 낡은 목소리를 떠올린다.

남은 리플리 시리즈를 모두 읽고, 약간 케붕이 아닌가 생각도 하다.

내일의 영화 하나를 예매하고.

떠오르는 모든 이들의 평온을 소원하는, 느슨한 연휴의 세번째 날.

392.

繰り返し涙が落ちる音を
静かに聞いていたあの日
誰よりも想い続ける事が
僕の今を支える大きな糧

ここに残る嘆きのキスを胸に
僕は生きる

-봄이 돋는 길 위에서 자주 듣는.

체중이 줄면 너무나 마음 아파하는 사람과의 약속 사흘 전부터 고기만 먹었다. 일어나서부터 고기, 자기 전에도 고기. 그다지 질리지 않은 미각을 가지고 있다는 약간 자랑스러워하며 몇 개월만에 마주한 얼굴이 좋아보여서 다행이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에게 가슴 사이도 목 뒤도 뒷머리 사이에도 이마에도 턱에도 뭔가 나고 새치가 자꾸만 늘고 이유없이 허리가 저리고 이가 자꾸만 아프고 엉망진창이에요, 라는 말을 숨기고 네, 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이고픈.

정갈한 손가락 위의 화사함을 본 뒤 빛나는 것들에 관심이 약간 일어 들여다보는 미디어며 사람들이 몇 생겼는데. 원석은 모으는 취미는 내게 수석과 같은 - 분재와 더불어 조부의 가벼운 취미였음 - 느낌이지만 구조를 잘 잡은 형태며 서로의 광채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절묘한 균형감각을 자랑하는 형태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확실히 나는 입체감이 있는 예술을 좋아하는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