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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When I hear that Cookie is a bad representation of black women, I don’t get involved. Maybe Cookie makes you uncomfortable because she reminds you of yourself. People miss the bigger picture when they start judging.”


거대한 목적이 있는 행위는 자주 내가 서 있는 곳을 잊게 한다는 생각을 한다.  


가해하지 않는다, 가 지켜준다로 왜곡되는.


어느 쪽이든 편한 쪽에 기대고 싶은 스스로의 치졸함을 알기에 올해 내 목표는 공정함. 나는 언제나 어른이라는 것이 뭔가 거대한 것들로 이루어진 완성된 존재라 여겨왔는데, 사실 어른이란 언제 어디서든 지켜야하는 것들이 있을 때 적극적인 자세와 큰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


법이 정해준 최소한의 테두리에서 최대한의 윤리로 그를 지키려 노력하며.


벼룩시장에서 퍼오인 박스셋을 10달러에 건져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고 있는데, 다시 봐도 존 리스의 연기는 참으로 할 말이ㄱ- 그럼에도 카터:_;, 핀치와 잉그램;_;, 윌, 루트;_;, 쇼;_;와 베어의 관계가 좋아 오며 가며 들여다보고 있다. 

85.

제가 스포일러에 시큰둥한 이유는 또한 많은 감독들이 취하곤 하는 이건 모르겠지? 내려다보는 시선의 불쾌함도 한 몫 하겠죠. 대부분의 감독과 제작사가 바라는 바겠지만, 관객은 그들의 생각만큼 멍청하거나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당 작품의 전개가 대단하다면 그 작품을 맡은 팀, 즉 원작자, 각본가, 윤색가, 제작사, 제작자, 감독, 스텝, 배우, 홍보사의 힘이 모두 합쳐진 결과일 겁니다. 언젠가 Ragnarok의 애드립들을 두고 한 번 스쳐지나가는 스텝들보다 이 케릭터를 지속적으로 연기한 배우들의 훌륭함에 대한 트윗이 도는 것을 보며 꽤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는데. 좋은 배우들이 풍부한 자양을 제공한 것은 맞지만, 그러한 연기들을 걸러 용납할 만한 케릭터를 만들고 작품에 걸맞는 감정선을 잇는 것은 편집 및 후반 작업을 담당한 프로덕션과 제작사, 그리고 해당 스텝들이지, 현장에서의 연기를 이미 마무리한 배우들이 아닙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만 그에 얽힌 수많은 자본과 계약과 연결된 관계자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단순히 한 작품의 기민함으로 그 감독의 모든 것을 찬양할 수 없는 이유도 이와 동일하겠지요, 특히나 마블 + 디즈니과 같이 거대함으로 자리한 대형 스튜디오의 경우에는요.


지난해 헐리우드의 영화 산업에 몸 담은 여성의 비율은 8%가 감독이며 10%가 시나리오 작가, 2%가 촬영감독이며 24%가 제작자, 14%가 편집감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흥행순위 100위권에 속하는 영화들 중 여성 종사자의 비율은 총 3%이며, 2016년의 4%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추세입니다. 적은 비율이나마 여성제작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 캐스팅 디렉터는 이미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통계 또한 -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남성이 차지한 자본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여성제작자가 명예 남성화되어 있지 않기란 정말 힘든 일이며, 여전히 빻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영향력에 대해 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선시 되는 것은 돈이며, 돈이고, 또 돈입니다. 제가 언제나 여성제작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 또한 이와 동일합니다. 여성의 성공과 실패가 집단이 아닌 개인의 것으로 치부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비율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체에서 차지한 비율이 늘어날 때, 우리는 일부 특정 집단이 아닌 개개인으로서의 존중을 받습니다. 고르고 고용하고 과정을, 그리고 결과를 만들고 성공이든 실패든 이에 따른 몫들을 감당하고 나눠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동료와 아군과 혹 적군일지라도 저 사람도 있으니까, 의 일례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남성들이 해왔던 그 많은 실패의 변명과 성공의 공치사들처럼요.


-이것도 경향이다만 나는 대사에 힘을 주는 편인데다 시나리오 상의 감정선을 중시해서 애드립하는 배우들 정말 불편해했던 기억이. 내 깜냥에는 편집점을 잡는 것도 어려웠고. 


보고 나서 이야기하는 거야 뭐.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고.


Sontag과 Highsmith가 거론하는 Arbus는 의도가 되어버린 취향과 의도를 지닌 취향의 경계가 모호한 사람이라 조금 깊게 들여다보고 싶어 영화를 찾았는데. 어떻게든 취향은 곧 성애이며 성행위는 정상인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미치는 감독의 의지만이 만연할 뿐 Arbus 개인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어 상당한 실망을.


이 좋은 배우들을 이렇게밖에 쓰지 못하다니. 

84.

-The ambiguity of Arbus’s work is that she seems to have enrolled in one of art photography’s most visible enterprises—concentrating on victims, the unfortunate, the dispossessed—but without the compassionate purpose that such a project is expected to serve. Arbus’s work shows people who are pathetic, pitiable, as well as horrible, repulsive, but it does not arouse any compassionate feelings. Nevertheless, despite this evident coolness of tone, the photographs have been scoring moral points all along with critics. For what might be judged as their dissociated and naïve point of view, the photographs have been praised for their candor and for an unsentimental empathy with their subjects. What is actually their aggressiveness toward the public has been turned into a moral accomplishment: that the photographs don’t allow the viewer any distance from the subject.


None of the qualities of Arbus’s work makes this line of praise convincing. In their acceptance of the appalling, the photographs suggest a naïveté that is both coy and sinister, for it is based entirely on distance, on privilege, on a feeling that what the viewer is asked to look at is really other. Buñuel, when asked once why he made movies, said that it was “to show that this is not the best of all possible worlds.” Arbus took photographs to show something simpler—that there is another world.


바라보는 것, 보여지는 것, 응시하는 것, 집중하는 것. 그 내부의 것들이 외부로 투사되는 순간의 기이함.


나는 매체가 쓸데없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 무지몽매의 기꺼움은 현실로 족하다고 - 스포일러에 별반 민감하지 않음. 가벼운 추리 장르일 경우 일부러 마지막부터 읽거나 보는 경우도 많고, 모르고 보는 즐거움이 알고 보는 전개의 착실함을 눌렀던 때도 드문 편이고. 어쨌든 이는 개인의 성향임을 알기에 스포일러에 민감한 사람들과 매체를 함께 공유하는 것을 피하는 편이지만 내 블로그를 알고 있는 몇몇의 경우는 좀 난감해질 때가 있음. 그 내용을 기반으로 내가 떠오르는 글을 쓴다, 가 그들이 매체를 즐기는 방식을 방해한다, 가 되는 이유로 내 욕망을 포기할 것이냐, 타인의 의향을 존중할 것이냐, 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


이곳은 정말 내 취향대로 좋거나 별로라고 여기는 것들을 난삽하게 기록해 놓는 곳이므로 말머리에 스포일러 경고를 다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되고. 


타인의 호오를 위해 스스로의 취향을 잠시 접어두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굳이 여기까지? 하지만 공개 블로그인데, 라는 마음이 복잡한 것도 사실.


어쨌든 매체를 즐기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고 그 방식을 쌓아온 시간만큼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 지점이 취향을 만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오늘 TV에서 하길래 문득. 고의로 어머니를 삭제한 뻔하디 뻔한 부자父子사 +또 하나의 Stark, 라 여겨지는 한편으로 만들어진 케릭터에 살아있는 매력을 입히는 과정에는 정말 RDJ를 따라올 배우가 없구나, 감탄했던 기억도. 


촬영과 조명, 화려하게 빛을 사용한 그 색감이 무척이나 좋아서 후반 작업을 담당한 스튜디오들의 목록을 한참 들여다봤던. 

83.

어떻게든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잡아내려 했으나 종국에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는 업계 전문인의 태도만을 도출해낸 감독의 당황이 느껴져 엄청 웃음. 


절대 자신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여성에 관해서는 끌어내리는 것 밖에 알지 못하는.

82.

좋네요, 기쁩니다.


-그리고 한 걸음.


안 그런 나라가 있겠냐만은 정말 모국의 남성에게는 평등한 동료의식comradeship이라는 것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하루하루 깨닫고 있음. 순위, 지위, 계급hierarchy에 따른 우월 의식 - superiority complex? - 혹은 피해 의식만이 만연하여 어떻게든 모든 관계 - 공적, 사적을 통틀어 - 에 있어 상사와 부하, 혹은 주인과 하인 등의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확고하게 나누어 그에 따른 포지셔닝을 함. 앞선 자의 시혜와 관대만이 있을 뿐 정말 동등equality이라는 것은 없는 단어임.


어떻게든 나이, 직장, 성별, 학벌, 고향, 가족 여부를 묻고. 우위를 점하려 하는.


TV에 자주 등장하는 웹툰 작가의 행동이 정말 위험하다고 느낀 이유도 이와 동일하겠지.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며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이들조차 어떻게든 권력 관계를 도출하여 강자와 약자를 만들고, 강자의 포지션일 때는 무소불위의 무례를, 약자의 포지션일 때는 그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선망만을 노출함.


Coco 보다 십 분만에 끔. 난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들 학대하는 이야기는 관심을 안 두기로.


Civil war를 다시 보다 느낀 것이, 자신의 천재성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컨트롤 프릭이 낮은 자존감에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으려는 자아를 가지고 있으면 피곤한 인생을 살게 되는 구나, 하고. 


어떠한 마음도 포기할 수 없는.


그렇기에 케릭터에 대한 당위와 매력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감정적으로 취약한 영웅이기에 늘 잃는 사람을 부여하는- 굉장한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는 한편으로 RDJ 계약 끝나는 마당에 이 영웅의 일대기는 이제 슬슬 마무리되는 느낌도.


내가 혹 곡해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 다시 보고 가능하면 Homecoming, 혹은 어벤3로 넘어가볼까 싶었는데. 여전히 소년병이고 난민 대처고 개좆 같음이고 난 여기까지임. 


81.

인상 깊은 몇몇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학대받은 여성과 특정 전개에 대해 기이하리만큼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감독의 태도 + 그 상황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 


언제나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의도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들은 적어도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Drinking in the morning sun

Blinking in the morning sun

Shaking off the heavy one

Heavy like a loaded gun


What made me behave that way?

Using words I never say

I can only think it must be love

Oh, anyway, it's looking like a beautiful day


Someone tell me how I feel

It's silly wrong but vivid right

Oh, kiss me like the final meal

Yeah, kiss me like we die tonight


Cause holy cow, I love your eyes

And only now I see the light

Yeah, lying with me half awake

Oh, anyway, it's looking like a beautiful day


When my face is chamois-creased

If you think I'll wink, I did

Laugh politely at repeats

Yeah, kiss me when my lips are thin


Cause holy cow, I love your eyes

And only now I see you like

Yeah, lying with me half awake

Stumbling over what to say

Well, anyway, it's looking like a beautiful day


Throw those curtains wide!

One day like this a year'd see me right

Throw those curtains wide!

One day like this a year'd we'll sing it right

80.

-I do not regard the situation as having passed beyond our strength. It is by no means certain that the French will not fight on in Africa and at sea, but, whatever they do, Hitler will have to break us in this island or lose the war. Our principal danger is his concentrated air attack by bombing, coupled with parachute and air-borne landings and attempts to run an invading force across the sea. This danger has faced us ever since the beginning of the war, and the French could never have saved us from it, as he could always switch onto us. Undoubtedly, it is aggravated by the conquests Hitler has made upon the European coast close to our shores. Nevertheless, in principle the danger is the same. I do not see why we should not be able to meet it. The Navy has never pretended to prevent a raid of five or ten thousand men, but we do not see how a force of, say, eighty to a hundred thousand could be transported across the sea, and still less maintained, in the teeth of superior sea power. As long as our Air Force is in being it provides a powerful aid to the Fleet in preventing sea-borne landings and will take a very heavy toll of air-borne landings.


Although we have suffered heavy losses by assisting the French and during the Dunkirk evacuation, we have managed to husband our air-fighter strength in spite of poignant appeals from France to throw it improvidently into the great land battle, which it could not have turned decisively. I am happy to tell you that it is now as strong as it has ever been, and that the flow of machines is coming forward far more rapidly than ever before; in fact, pilots have now become the limiting factor at the moment. Our fighter aircraft have been wont to inflict a loss of two or two and a half to one even when fighting under the adverse conditions in France. During the evacuation of Dunkirk, which was a sort of No Man’s Land, we inflicted a loss of three or four to one, and often saw German formations turn away from a quarter of their numbers of our planes. But all air authorities agree that the advantage in defending this country against an oversea air attack will be still greater because, first, we shall know pretty well by our various devices where they are coming, and because our squadrons lie close enough together to enable us to concentrate against the attackers and provide enough to attack both the bombers and the protecting fighters at the same time. All their shot-down machines will be total losses; many of ours and our pilots will fight again. Therefore, I do not think it by any means impossible that we may so maul them that they will find daylight attacks too expensive.


The major danger will be from night attack on our aircraft factories, but this, again, is far less accurate than daylight attack, and we have many plans for minimising its effect. Of course, their numbers are much greater than ours, but not so much greater as to deprive us of a good and reasonable prospect of wearing them out after some weeks or even months of air struggle. Meanwhile, of course, our bomber force will be striking continually at their key points, especially oil refineries and air factories and at their congested and centralised war industry in the Ruhr. We hope our people will stand up to this bombardment as well as the enemy. It will, on both sides, be on an unprecedented scale. All our information goes to show that the Germans have not liked what they have got so far.


It must be remembered that, now that the B.E.F. is home and largely rearmed or rearming, if not upon a Continental scale, at any rate good enough for Home defence, we have far stronger military forces in this island than we have ever had in the late war or in this war. Therefore, we hope that such numbers of the enemy as may be landed from the air or by sea-borne raid will be destroyed and be an example to those who try to follow. No doubt we must expect novel forms of attack and attempts to bring tanks across the sea. We are preparing ourselves to deal with these as far as we can foresee them. No one can predict or guarantee the course of a life-and-death struggle of this character, but we shall certainly enter upon it in good heart.


Churchill의 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읽고 있는데, 인류 역사상 상기할 만한 전쟁 - Great, 을 어두에 달고 - 들 중 하나를 전두에서 지휘한 사람치고는 드러내는 감정이 여실히 적어 매 챕터를 넘길 때마다 놀라고 있다. 이런 사람이기에 보다 큰 것을 보고, 더 큰 것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개개의 인간을 숫자로 대할 수 있는. 


-그나저나 욕하는 사람 많아서 ? 싶었는데 이북 상태 진짜 안 좋네, 그냥 하드카피 스캔본입니다. 추천 안 함.


And all I have is my voice and my conscience, and I have to listen to it.

Your conscience?

Yes!

Yes. They're strange things, consciences. Trouble is, what feels best isn't necessarily what works best. I mean, by all means, stand up, look the devil in the eye, tell him what you feel. Why not? It's very satisfying. See what happens. And risk losing. Not just for yourself. For the others. For everyone. Forever.

Or?

Or... You know or. Stay seated. Button your lip. Win. An act of self-denial.

Do you have any idea how hard it is to hand over your conscience to somebody else? This is everything I thought I would never do. -All right. I'm gonna hand mine over to this, uh, fly-fishing, wine-drinking Scotsman.


사실과 생각을 각각의 옮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전개하는 인간을 다루는.


영국의 사법체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 - My lord와 그 가발이라니 - 도 그렇고, 사실과 주관과 사관과 증명과 인간에 관한 무척이나 좋은 영화였습니다. 


Miss Sloane이 그랬듯 이런 영화는 늘 나를 괴롭게 하는데, 옳은 것과 전문성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지난 시간의 경험으로 혹독하게 깨달았기 때문.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옳음만을 행하고 싶기에 직접 손을 더럽힐 수 있는 필드로 도망친 나와는 전혀 다른, 옳은 것을 증명해나가는 그 지난한 과정과 기다림, 그리고 도출된 결론에 있어서의 전문성.


어쩌면 전문성이란 모두가 인정하는 과정 상의 옳음이 아닐지.


언젠가 어느 로펌과 일을 할 때 시니어 파트너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무언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으세요. 침묵도 좋지만 그건 좀 먼 이야기지요. 적어도 모든 소수를 아우르는, 최대 다수의 동의를 얻은 그 주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고한 사실이 됩니다."  

79.

-숨이 멎는.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느끼고 난 뒤 무언가를 살 기회가 있을 때. 남자에게 뭐 필요한 거 있어? 라는 문자를 보내면 남자는 늘 한 점 망설임 없이 내 이름으로 된 답장을 보낸다. 이따금은 그 대답에 사정없이 마음을 파이곤 한다. 


싫든 좋든 남자와 함께 동석해야만 하는 자리가 있고, 타인의 과거와 자신과 엮인 현재,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지리한 미래와 그 전망에 관한 사설들을 대부분 좆도 신경쓰지 않는 남자이기에 결국에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를 치고, 웃어주고, 안타까워해주다 어떤 종류의 명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내가 된다. 듣는 것과 정의내리는 것, 타인의 평가를 꺼려하는 편은 그다지 아니지만.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괴롭혀가며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어느 중국인을 만났다. 나와 남자가 함께 어렴풋이 아는 지인 중 하나는 그 사람의 끈질긴 추적과 괴롭힘에 도망치고 도망치다 결국에는 죽음을 택했다고. 남자는 늘 이런 종류의 사람들의 구애를 받는다. 작고, 선하고, 착실하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늘 끈질기게 귀엽고 똘똘한 아는 동생 - 언제나 나보다 아래인 - 으로 자리할 것 같은.  


내 예상보다 그 사람은 더 정중하다. 최근 담배가 늘어난 나를 위해 별도로 공간을 마련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기억했다 다시 주문해주고, 이번에는 우리가 대접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늘 고마워하고 있다는 다정한 답변으로 기나긴 영수증의 계산을 대신하고. 생각치도 않은 곳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게 된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들추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꺼내고, 근처이니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시라는 말을 산뜻하게 거절하며 자신의 자동차에 오른다. 죽을 지도 몰라 어느 지역에는 갈 수도 없는데 나와 남자가 거주하는 구역이 이곳이라 다행이라는 농담을 덧붙이며. 


친절하네. 응, 나한테 잘해줘. 지난 만남에 대한 복기도 없이 욕실로 향하는 남자를 보며 생각한다. 남자는 언제나 다르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단순한 명석함이나 재기, 지닌 재산 - 있냐; - 이나 배경, 학벌이 아닌, 처음부터 사랑받았고 지금까지도 사랑받음이 마땅한 그 자연스러움 때문에. 모든 이들에게 나쁜 사람이고 싶지 않은, 어느 한 군데 전혀 다른 곳에서는 그저 좋은 사람이고 싶은- 나 또한 여느 사람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그 인간다움 때문에.   


스스로가 아닌 타인으로 이루어진 이 오만이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정말. 

78.

시험 공부로 밤을 새고 붉은 눈으로 강의실에 입실 했을 때, 나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오늘은 시험 대신 너희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던 교수님도. 너네는 밥 많이 먹어, 수영도 꼭 배우고. 라 내 식판을 가득 채워주던 식당 조리사 분도. 내 가방에 매달린 노란 리본을 떼어버린 지하철과 버스의 어느 사람들도. 이제 그만 좀 해라, 할 만큼 했다. 라 내가 쥔 노란 파일북에 화를 내던 노약자석의 어느 노인도. 내가 옷깃에 달고 온 노란 뱃지를 지적하며 이런 걸 달고 있는 사람에게 발표를 허락할 수 없다, 라며 삿대질을 했던 그 사람도. 항구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에서 두통약을 건네주는 내 나이와 전공을 묻다 우리 아이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했어요, 부은 얼굴로 가만 가만 내 손을 쥐던 그 유가족 분도. 어쩌면 이 모든 기억 또한 사람과 사람입니다.  


이제야 슬픔을 슬픔답게 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77.

내 꼬리를 잡은 슈투카가 내가 오늘 맨 타이가 윈저 노트인지 플레인 노트인지를 신경이나 쓸 것 같나? 여긴 사선이고 저 빌어먹을 제리와 내가 나눌 수 있는 유일함은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결착 뿐이지. 내게 전장에서의 예의나 상대에 대한 경의 따위를 기대하지마. 끌어들이지 않을 테니, 끌어들이지 말라고. 


실력 없는 자만은 도외시되는 이기심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멋대로 구는 남자를 뒷받침하는 그 능란한 기술과 성실함은 기묘한 경외와 신비로운 오만을 자았다. 수많은 색을 띤 갖가지 시선 속에서도 남자를 가리키는 것들은 유독 결이 달랐다. 쌓인 시선은 기억이 되고 두터워진 기억은 일렁이는 마음을 틔운다. 고글 너머 마주치는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깨달은 것 또한 그 즈음이었다. 싯누런 구명 조끼 아래 잘 차려입은 BD의 단추가 몇개나 풀린 것을 알아차렸던 때, 이 풋내기 윙메이트가 노련한 직속 상사에게 품은 시선과 기억과 감정의 심도를 한 순간에 읽어버린 그 찰나. 


최고의 고전음악 연주는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고전음악의 사도들은 항상 과거에 대한 사랑을 현재에 대한 혐오와 연결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음악은 생각이 다르다. 과거를 싫어하고 벗어나고 싶어한다.


-최근 들여다 본 책 중 가장 흥미로운.


Spielberg씨의 응답하라 + 뇌내 망상 잘 봤구요. Pegg가 예쁘고 Cook이 어마무지한 미인이라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그의 음악은 이 시대의 정신 나간 속도 정반대편에 우리를 데려다놓는다. 한마디로 엄청난 지루함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밀어 넣는 것이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지루한 것, 단조로운 것과의 싸움이다. 그건 시간을 응축시켜놓는 과정이며 공간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어렵고 따분하게 들리던 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패턴이 느껴지면서 간결한 아름다움을 고취시킨다. 사이비 교주 같은 인상을 풍기고 싶진 않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새로운 공간에 자기 자신이 자리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78년 매거진 <뉴요커>는 이렇게 말했다. “방의 벽 하나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새로운 소리가 갑자기 끼어든다. 그리고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다.”